뜻으로 본 한국역사

저자
함석헌 지음
출판사
한길사 | 2006-01-2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함석헌이 삼십대 초반(1932∼1933) 「성서조선(聖書朝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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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인가 집었다가 놨던 책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이름이지만 '함석헌'이라는 무게에 눌려 감히 읽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책이다.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지식을 조금씩 쌓은 지금에서야 과연 어떤 책인지 굳게 마음먹고 읽기 시작하였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뭉클하게 응어리짐을 느꼈다.

힘있는 용기 같기도 하고, 가슴저린 아픔 같기도 했다. 아쉬움에 책장을 넘기기도 했고, 앞으로의 희망을 품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서 덮었다.

 

역사를 보는 방법을 단순히 사건 중심으로 읽어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암기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웠다. 지겹기도 했고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을까하는 무심한 마음만 가득했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는 동안 이런 모습은 완전히 없어졌다.

 

순서를 암기하는 것, 사건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흘러가는 방향을 읽고 그 흐름의 바닥에 있는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 제대로 역사를 읽는 방법이다.

 

 

단군에서 시작하여 지금 이 시간까지의 역사, 그것을 통해 지금 내가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옛적의 어떤 날 망망한 만주 평원의 거친 풀밭 위에 먼동이 틀 무렵, 훤하게 밝아오는 그 빛이 억만 년 사람의 그림자를 본 일이 없는 흥안령의 마루턱을 희망과 장엄으로 물들일 때 몸집이 큼직큼직하고 힘줄이 불툭불툭한 큰 사람의 한 떼가 허리엔 제각기 돌도끼를 차고, 손에는 억센 활들을 들고 선발대의 걸음으로 그 꼭대기에 턱턱 나타났다.

 

흐트러진 머리털 사이로 보이는 널따란 그 이마에는 어진 이의 기상이 서려 있고, 쏘는 듯한 그 눈빛에는 날쌤의 정신이 들어 있다. 주먹은 굳게 쥐어 굳센 뜻을 보이고, 입은 무겁게 다물어 삼가는 마음을 나타낸다. 문득 솟은 해가 결승선을 차 던지는 용사같이 불끈 솟아 지평선을 떠날 때 그들은 한 소리 높여 "여기다!"하고 외쳤다. 장사들의 우렁찬 소리는 아침 했살을 타고 우레같이 울리며 끝없는 만주 벌판으로 내리달았다. (142쪽)

 

함석헌 선생이 상상하는 우리 민족의 처음을 읽으면서 가슴뛰는 느낌을 진정할 수 없었다.

 

이렇게 희망차게 시작했던 우리 민족이 삼국시대를 지나 고려와 조선에 이르는 동안 잃었던 만주를 되찾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장면에서는 아쉬움을 지나 아픔을 느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수난의 시대라고 명명하는 시기를 맞이하면서는 곳곳에서 선생과 함께 통곡하는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단군시대의 높고 거룩한 나라 배판을 보고 존경하고 사모하는 생각이 났고, 열국시대에 여러 나라들이 씩씩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축하하였다. 세 나라가 서로 으뜸이 되겠다고 피땀을 흘려 다투는 단련시대를 보고 두 주먹을 부르쥐고 치를 떨다가, 신라가 형편없는 통일을 해버리는 것을 보고는 이를 갈았고, 맥빠지고 겁난 고려가 거듭거듭 때를 놓치는 것을 보고는 쥐었던 주먹으로 땅을 쳤다. 그러나 이제는 발을 구르고 몸부림을 치며 통곡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온다. 그것이 수난의 시대다. (243쪽)

 

책에는 기독교적인 '하나님'이라는 명칭이 나온다. 그러나 자세히 선생의 설명을 들으면 그것은 기독교적인 신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라고 명명하든지 우리가 살아가는 뜻에 있는 절대적인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우리가 이어가고 찾아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존재이유라고 얘기한다.

 

내 나라와 내 민족을 얼마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읽고, 이해하고, 깊이 파고들면 이런 글이 나올까 싶다.

 

내가 지금 있게 된 이 뜻을 뜨거운 가슴으로 찾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현재와 미래를 어떤 관점에서 참여하고 관찰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내가 담당 할 역사에서의 역할을 인식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관찰하고 참여할 것이다.

 

 

<목차>

머리말...11
넷째 판에 부치는 말...15

제1부 새로 고쳐 쓰는 역사
제2부 올라오는 역사 내려가는 역사
제3부 났느냐 났느냐 났느냐
제4부 고난에 뜻이 있다

찾아보기...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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