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지 몇 년 된 책이긴 하지만, 더 오래된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꾸미고 엮은 책이라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조선 시대 여덟분의 왕 또는 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을 풀어낸 이야기이다.
실록에서 이야기하는 왕들의 사인에 직접적으로 독살이라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독살을 의미하는 시신의 모습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그런 이야기조차 없이 그냥 승하하였다는 말만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독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엮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누가 보더라도 의심할만 한 정황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왕들의 이름을 보면, 모두 조선 중기 이후의 시기에 있는 왕들이다. 상대적으로 조선 전기에 나라가 활기차고 성장해 가고 있던 시기에는 이러한 의심스러운 왕들의 죽음이 적었다는 것이리라.
장희빈으로 인한 궁중의 소용돌이와 임진왜란 이후의 혼란, 청나라의 힘에 굴복한 인조의 아들들과 당쟁으로 얼룩진 조선 후기에 나온 왕들의 독살의심은 바로 그 자체가 혼란을 반증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의심과 비밀이 난무하는 곳에서 어떤 맑은 정신과 기개가 자라겠는가.
개인적으로 정조대왕의 너무도 이른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역시 책에도 정조의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정조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수원으로의 천도가 실제로 행해졌더라면, 그가 키워낸 젊은 관료들이 그 꿈을 제대로 펼쳐보았더라면...으로 이어지는 상상의 나래는 언제나 아쉬움으로 끝나버린다.
그 아쉬움이 너무 커서 정조의 죽음 자체를 자연사가 아닌 정적들의 독살에 의한 것이라고 믿어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또 당시 그의 정적들의 행태를 보면 믿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너무 허망한 죽음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독살의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은 독살을 했을 수도 있는 바로 그들이 남긴 조선왕조실록이라는 기록덕분이기에 역사에 바로 선다는 것의 엄청난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목차>
<누가 왕을 죽였는가> 개정판에 부쳐
1장 대윤과 소윤 그리고 사림파 사이에서 / 제12대 인종
2장 방계 승통의 콤플렉스와 임진왜란 속에서 / 제14대 선조
3장 현실과 명분의 와중에서 / 소현세자
4장 사라진 북벌의 꿈 / 제17대 효종
5장 예송시대에 가려진 죽음 / 제18대 현종
6장 이복형제의 비극 / 제20대 경종
7장 개혁 군주의 좌절 / 제22대 정조
8장 식민지 조선 백성의 군주 / 제26대 고종
조선엔 왜 독살설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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