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임병주 지음
- 출판사
- 들녘 | 1998-03-25 출간
- 카테고리
- 역사/문화
- 책소개
- 7923 ▣ 보존상태 좋고 내외부 깨끗 � 항균처리\(^ㅇ^)/...
삼국시대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읽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해가 쉽지 않다. 원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무한한 의미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능력이 되지 않을 때는 겉핥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능력에 맞는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물론 원전을 해석하고 새롭게 구성한 저자의 개인적인 해석과 관점이 들어가 있어서 원전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책을 읽다보면 그 관점도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한권으로 읽는 삼국왕조실록'은 말 그대로 한권으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500쪽이라는 분량이 만만치는 않다. 집중해서 짧은 시간에 독파한다면 고구려,백제,신라의 역사를 엮어서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읽어가는 시간이 늘어질수록 앞에 읽는 역사는 잊혀지고 연관성은 희미해질 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내용을 정리해서 엮은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서도 참고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런 구성은 저자도 서문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한 가지는 판타지소설에나 나올 법한 우리 역사서의 신화적 이야기를 저자가 잘 해석해서 역사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고구려 건국 초기의 설화를 해석한 내용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
"이제 두 사서를 종합하여 정리를 해보자. 유화부인이 해모수와 통정하여 주몽을 낳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유화는 해모수와 관계한 후 곧바로 추방당해 금와왕한테 개가를 한 다음 거기서 주몽을 낳은 듯 하다. 설화에서 금와왕은 그녀를 깊은 방에 가두었고 유화는 알을 낳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아마도 유화의 만삭된 몸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화를 아내로 맞이한 금와왕은 그 상황 때문에 애증이 얽힌 심정으로 주몽을 대했고, 백제의 건국설화에서 보듯이 주몽과 대소는 왕위 계승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었다. (page29)"
백제의 건국설화에 있어서는 비류와 온조가 같이 내려온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으로 내려와서 어느 시기에 온조가 비류세력을 통합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보여준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내용을 보면 이런 저런 신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동화가 아니라면 분명히 어떤 사실과 그 배경이 있을텐데 그것을 쉽게 파악되지는 않는다.
몇 십 년 전의 일도 제대로 된 기록이 없으면 파악하기 힘들다. 기록이 있다고 해도 누가 어떤 관점에서 기록했는지를 알지 못하면 사건의 한 단면만 보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러한데 몇 백 년, 몇 천 년 전의 일을 글자 몇 개로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더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심정이다.
알에서 나온 사람이 세운 국가에서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지명을 가진 국가로 바뀌는 것을 보면 반갑기까지하다.
그냥 이야기가 전해오는 신화의 시대를 이야기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알아 듣기 쉽도록 사실로 바꾸어 설명해주는 저자의 노력에 감사하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삼국의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