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의 기원

저자
존 B. 던컨 지음
출판사
너머북스 | 2013-03-18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한국사의 통설, 조선왕조의 ‘신흥 사대부’ 건국론에 도전한다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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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신흥사대부라는 새로운 세력에 의해 조선이 세워졌다는 관점을 부정하고 새롭게 조선의 건국 세력을 분석한 책이다.


우선 저자가 조선 건국을 분석하는 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지방분권적 사회, 정치적 질서에서 중앙관료적 귀족 지배층의 이익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앙집권적 체제로 변화했다'는 시각으로 고려 멸망과 조선 건국을 보고 있다.


책에 따르면 '신흥사대부'라는 세력의 정의는 불분명하고, 조선 초기에 건재한 건국세력에 포함된 가문은 고려에서 이미 중앙 관료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유력한 가문이었다는 것이다.


즉 조선의 건국 세력은 기존의 고려 권력세력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나타난 것이 아니고 기존 세력이 중앙집권화라는 명분을 강화하면서 이루어낸 변화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내재적 발전론의 지지자들은 지방 향리에서 기원해 고려의 옛 중앙 귀족을 대체한 '신흥 사대부'가 조선왕조를 건국햇다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고려와 조선의 지배층의 높은 연속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새 왕조 건국에 수반된 개혁의 본질을 근거로, 조선의 건국은 지방자치를 극복하고 중앙집권적인 관료적 정치제도를 수립하려는 고려 전기의 노력이 거둔 궁극적인 열매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선의 건국은 지방에 근거한 향리 출신의 지배층이 타락한 옛 중앙 귀족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중앙의 관료적 귀족이 지방자치적이며 향리 중심적인 신라-고려 교체기의 옛 제도에 궁극적으로 승리를 거든 것이다." (398~399쪽)


이 책은 존 B. 던컨이라는 미국인 교수가 썼다. 외국인이 쓴 한국 역사에 대해서는 처음 읽은 책이다. 영어로 쓰여진 것을 번역한 것이어서 번역문의 흔적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박사논문 수준에 버금가는, 어쩌면 그보다 더 발전된 논문의 내용인지라 일반인의 이해 수준을 넘기도 해서 세세한 내용보다는 큰 맥락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중간에 책을 덮지 않고 마지막까지 저자의 생각을 알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글은 아니지만 읽을만 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아래는 책에서 뽑은 발췌문이다.  

 


 

10세기 후반 광종이 옛 군사 연합을 무너뜨리고 관료제도로 이행하는 개혁을 실시한 뒤 비교적 소수의 문반 귀족가문이 흥기해 조정을 지배했다.


12세기 전반 그들은 세습적 중앙 관원으로 발전했는데, 고려 사회의 귀속적 전통과 그들이 중앙 조정에 근무하는 유인책으로 받은 특권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12세기 무렵에는 넓은 사유지를 축적해 독자적인 경제적 기반을 스스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신의 집권으로 일족이 숙청되고 정치권력을 크게 상실했지만, 그 기간에도 사회저거, 행정적 지배층의 위치를 계속 지켰다.


요컨데 고려 후기 조정을 지배한 주요 가문은 무신란 이전 문반이 지배한 체제와 상당한 연속성을 갖고 있었다.


고려 전기와 후기 모두 주요 가문은 일정한 관료적 경향을 나타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과거제도는 조정에 입사하는데 선호된 수단이 분명했다.


또한 저명한 관원의 경력 유형을 연구한 결과, 가문적 배경에 상관없이 그들은 20년 이상 근무한 뒤에야 진정한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재추에 올라가는 정규적 승진 경로를 밟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고려왕조의 주요한 중앙 관원 가문이 뻗어 나온 기반 - 호족과 향리층 - 은 지방 귀족이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에 기반을 둔 가문의 다수는 더 이상 지방에 있는 조상의 근거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고, 중앙 관원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사유지에서 독립적인 경제력의 기반을 발전시켰으며, 대부분 서로 결혼하면서 200년 넘게 대대로 중앙관원을 배출했다.


-- 2장 중앙 관료적 귀족의 흥기 <결론>


조선 전기 지배층의 구성과 사회적 기원, 경제적 기원, 경제적 기반에 관련된 이런 검토는 고려와 조선 시대 사이에 상당한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조선 전기의 가장 주요한 가문의 압도적 다수는 고려의 저명한 중앙 양반의 후손이었으며, 노비와 소작농이 경자한 대토지를 계속 소유했다.


-- 3장 왕조 교체기의 양반 <결론>


고려 후기는 2개의 주요한 문제에 부딪혔다. 하나는 왕권의 약화였는데, 국가 자원의 많은 부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고 최씨 무신 집정과 원의 지배로 권위가 상실되었다 다른 하나는 자아를 인식하는 중앙 관료적 귀족이 체제 안에서 흥기한 것이었는데, 그들이 지향한 기본적 제도의 구조는 여전히 신라-고려 교체기에 지방 호족이 가졌던 것이었다.


그러나 왕권이 약화된 좀더 근본적 이유는 국왕이 국가의 자원에 접근할 수 없었다는 데 있엇다 그 원인 또한 낮은 수준의 사회적 분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려의 경제는 비교적 발달하지 않았으며 대량의 가용 자원을 산출 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의 공인과 상인이 없었다. 이것은 국가 자원의 대부분이 토지와 백성이라는 의미였다.


자원에 대한 국왕의 접근은 12세기부터 중앙에 기반을 둔 가문 사이에서 대규모의 농장이 흥기하면서 훨신 더 제한되었다. 만성적인 재정 악화의 상황은 양반이 지속적으로 자원을 착취하고 군비로 비축해놓은 가용 자원을 사용하게 만든 외국 침략자가 지방을 초토화하면서 왕조 말엽의 위기로 바뀌었다.


이처럼 왕조의 제도는 향리에게 특권적 지위를 보장했지만, 그들은 중요한 사회경제적 권력 기반을 갖지 못한 뿌리 뽑힌 존재가 되고 말았다.



-- 4장 고려 후기의 제도적 위기 <결론>


조선 건국에 수반된 개혁은 주요하나 중앙 양반 가문의 실제적인 경제,사회,정치적 이익을 반영한 것이 분명했다.


재정적으로 새 왕조는 수조지 제도를 개혁하고 양인 인구를 더욱 강력히 통제하는 다양한 조처를 시행해 고려 시대보다 좀더 많은 가용 자원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것은 국왕의 권력을 강화하고 중앙 체제를 견고한 기반 위에 놓은 그 박의 개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지배적인 사회집단인 양반이 여전히 광대한 토지와 인적 자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회적으로 새 왕조는 조정에서 관직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상당히 줄이는 방법으로 지배층의 참여 자격을 다시 정의했다.


고려 전기에는 대부분의 국가 자원이 지방 주요 가문의 세습적인 통제 아래 있었고 왕조의 지방행정은 주군과 주현, 속군과 속현, 향,소,부곡으로 이뤄진 고도로 서열화된 체계였던 것과 달리 조선 전기에는 토지와 인적 자원 모두 국가의 통제력이 훨씬 커졌으며 중앙의 직접적인 감독 아래 지방행정을 두는 좀더 정규적인 제도라는 특징이 있었다. 따라서 고려와 비교해서 조선은 더 많은 가용 자원을 가진 더 분화된 사회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1392년의 왕조 교체에 따른 제도 개혁은 새로운 지배층의 요구를 수용한 혁명적 변화라기보다는 앞선 몇 세기 동안 점진적으로 발달해온 관료적 귀족의  중앙 양반층이 가진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를 재편한 것이었다.


-- 5장 개혁과 왕조 교체 <결론>

 

 

 

 

 

 

<목차>

1장 고려의 정치제도

중앙 정치제도
왕권 │ 중앙 관료 제도의 창출 │ 무신 치하의 제도 개혁
지방행정 제도
지방의 사회·정치적 질서 │ 중계적 지방 관서를 설치하려는 시도 │ 군현의 통제
자원을 둘러싼 갈등
전시과 │ 그 밖의 토지자원들
결론

2장 중앙 관료적 귀족의 흥기

고려 전기의 중앙 관원층
고려 전기의 주요 가문들 │ 주요 가문의 기원 │ 등용 제도와 사회적 지배층 │ 중앙 관원의 경력 유형 │ 요 가문의 융성
고려 후기의 주요 가문들
고려 후기의 중앙 관원층 │ 등용 제도 │ 경력의 유형 │ 권문세족과 사대부 문제
중앙 가문의 경제적 기반
고려 전기 │ 고려 후기
결론

3장 왕조 교체기의 양반

조선 개창기의 중앙 관원층
1392~1400년의 중앙 관원층 │ 태종 초반(1401~1405)의 중앙 관원층 │ 지파의 연합 │ 등용 제도
양반 가문의 내부 구조
조선 전기 주요 가문의 세계 │ 주요 가문의 혼인 관계
15세기 중반의 주요 양반 가문들
15세기 중반의 관원층 │ 15세기 중반의 과거제도 │ 주요 중앙 양반 가문
조선 전기 양반의 경제적 재원
결론

4장 고려 후기의 제도적 위기

권력투쟁
고려 후기 정치제도의 구조 │ 원 간섭기의 정치권력 │ 원 간섭기 이후의 정치권력 │ 개혁의 시도
자원의 장악을 둘러싼 투쟁
외침 │ 중앙 세력의 지방 수탈 │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신분제도를 유지하려는 투쟁
문제의 기원 │ 신분제도를 유지하려는 노력
결론

5장 개혁과 왕조 교체

재정 개혁
과전법 │ 자원을 창출하고 통제하려는 국가의 시도
신분제도의 재정립
지방행정의 개편 │ 지배층의 감축
중앙 정치제도의 재편
정치 개혁: 첫 번째 국면, 1392~1400년 │ 정치 개혁: 두 번째 국면, 1400~1405년
결론

6장 개혁의 이념

사상의 복잡성
고려 전기부터 중기의 사장과 고문 │ 왕조 교체기의 고문과 정주학 │ 조선 전기에 남은 당풍의 흔적
과거제도를 둘러싼 갈등
고려 후기의 과거 │ 조선 전기의 과거 │ 유교와 개혁
결론

7장 몇 가지의 최종적 고려 사항

연구 성과의 요약
해석과 비교의 결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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