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과 일연은 왜

저자
정출헌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2-07-23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김부식과 일연, 역사를 보는 두 개의 시선을 함께 만나다!삼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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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으로만 내용을 추측하기는 힘들다. 단지 김부식이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를 모티브로 해서 지은 책이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무엇에 대한 책인지를 알기 위해 저자의 서문을 읽었다. 제목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삼국시대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단다. 저자가 여성학에 관련있는 사람인가라는 궁금증에 저자소개가 들어있는 책 날개를 펼쳐보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읽어 나간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번째는 김부식과 일연이라는 두 사람에 대한 내용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지은 두 사람이 무슨 생각에서 목차를 정하고 역사 서술이 대상을 배치했는지 등을 알려주면서 두 저자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두번째는 본격적으로 두 역사서에 있는 서술대상에 대한 분석이다. 서문에서 밝혔듯이 삼국시대 또는 그 이전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우리 민족의 건국영웅들과 관련된 여인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역사서에는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는 부분들이 왜 그렇게 쓰여질 수 밖에 없었고, 김부식과 일연의 저작의도는 무엇인지, 누락된 부분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었는지, 그 이면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설명 자체가 명확하고 현재 우리의 이해 수순에 딱 맞아 쉽다. 즉 일반인이 이해하기 알맞게 되어 있다.

 

한 예를 들면,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을 강조한 기존의 역사서에는 그 모친인 유화부인에 대해서는 주몽을 낳은 여인으로써의 역할만으로 끝나는 듯이 보여준다. 그러나 고구려에서 유화부인을 지모신(地母神), 곧 풍요로운 수확을 주관하는 곡신(穀神)으로 자리잡게 된 내력을 이해하기란 어렵다(74쪽)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저자가 밝히고 있는 증거는 '동국이상국집'의 동명왕편이다. 유화부인이 주저하는 주몽을 재촉하며 떠나게 하면서 오곡의 종자를 싸주어보내고, 금와왕의 말 중에서 명마를 알아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에서 단순히 주몽을 낳은 어머니로써의 역할이 아니라 한 국가를 건설하도록 아들을 키워내는 역사의 한 부분을 책임질 정도의 비중을 찾아낸다.

 

일반인이 이렇게까지 여러 역사서들을 대조해가면서 누락된 의미와 사건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역사를 전공한 이들의 도움을 빌려 이해를 할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동안 미처 느끼지 못한 갈증을 나도 모르게 해갈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여성들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전체 책을 엮은 듯 하지만, 사실은 그 역사를 기술하고 이끌어왔다고 자부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어떻게 그동안의 여성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고 왜곡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이다.

 

다 읽고 나니 책이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김부식과 일은은 왜 그렇게 역사서를 썼는지, 쓸 수 밖에 없었는지.

 

 

<목차>

1부 역사를 보는 두 개의 시선

1. 역사는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근엄한 유학자 김부식의 시선
일흔의 넘은 나이에 편찬한 삼국사기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학자가 꿈꾸었던 나라
인물을 통해 역사를 말하다
인물 선별에 담긴 속뜻

2.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탈속 승려 일연의 시선
불교 국존의 자리에서 편찬한 삼국유사
동각난 비무고 굴곡진 삶
승려의 눈으로 본 세상
기이한 일화로 역사를 말하다
불교 영험에 담긴 허실

2부 진실을 엿보는 일곱 개의 창

1 건국신화의 숨은그림찻기 유화 소서노 알영 허황우
신호 주변을 서성이는 여인들
자애로운 어머니로 전락한 유화
지아비에게 버림받은 소서노
참으로 당당했던 알영과 허황우
신화가 끝난 뒤의 쓸쓸함
읽기자료 주몽 신화
박혁거세 신화
김수로 신화

2 공주는 왜 미천한 사내를 만났을까 평강공주와 선화공주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편의 로맨스
왜 하필 온달을 선택했을까
서동과 서동요의 영험험
일연이 오독한 서동의 정체
온달과 서동 그 들은 행복했을까?
읽기자료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선화공주와 서동

3 . 여자는 나라를 다스리지 못한다? 선덕 진덕 진성여왕
여자로 지존의 자리에 오른다는것
여왕을 바라보는 남성의 따가운 시선
성차별과 혈연적 집착 속에서
비범함으로 채색된 선덕여와으이 일화들
신라의 여왕을 기억하는 오늘의 의미
읽기자료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
신라의 마지막 여왕 진성

4. 그녀의 희생은 사랑이였을까 설씨녀와 호녀
강요된 희생과 자벌적 선택 사이에서
낭군을 향한 호녀의 눈물겨운 희생
이들의 사랑을 읽던 일연의 시선
다시 이어지는 신도징의 이야기
현신의 아이콘이 된 설시녀와 호녀
읽기자료 거울로 ?어진 설씨녀와 가실
김현과 호랑이 처녀의 사랑

5. 너무나 아름다워 위태롭던 부인들 도미처와 도화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아름다움
집요하게 도미처를 강탈하려던 개루왕
죽어서도 도화녀를 잊지 못하던 사륜왕
비형랑을 치켜세운 낯간지러운 찬사
읽기자료 절대권력에 맞선 도미처
왕을 허락한 도화녀

6. 차라리 지아비의 칼에 죽는 게 낫다고? 계백 소나 박제상 석우로의 처
충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전쟁기계들
충신의 아내가 살아남는법
김부식이 그린 박제상의 처
일연이 그린 김제상의 처
지아비의 복수에도 지켜야할 정도가 있다?
읽기자료 충절에 가려진 박제상의 처
신모가 된 김제상의 처

7. 자식을 매장한 부모는 유죄인가 손순과 김유신의 처 지은
효에 관한 불가사의한 일화
부처를 감동시킨 비정한 부모
효자가 되는 험난한 길
효행보다 감동적인 지은의 사연
정치적 쇼에 동원된 효행담
읽기자료 효녀 지은
어머니를 봉양한 가난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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