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에서 리더십을 뽑아내 엮은 책이다.
삼국유사 전문가인 저자가 학교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의 교감을 이끌어 냈던 내용으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우리 민족의 건국영웅들을 대상으로 어떤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건국영웅들이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모두 본받을 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주제를 이끌어 낸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단군의 모친, '웅녀'의 이야기였다.
항상 그래왔듯이 환웅과 단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웅녀의 관점에서 그녀가 어떻게 단군을 낳아 우리민족의 시작을 이끌어 냈는지에 대한 해석을 읽고 있노라니 저자의 분석과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은 자발적으로 이 일에 나섰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일이 아니다. 곰을 토템으로 하는어느 부족의 대표로 나서, 환웅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일의 전반을 기획하였다. 환웅 앞에서 사람이 되겠다고 요청하는 것이나, 나아가 여자가 되어 아이를 갖겠다는 의사 표시가 모두 곰의 자발적 의지에서 나왔다. (66페이지)
저자는 웅녀의 모습에서 '확실한 비전'과 '자발적 의지'라는 키워드를 뽑아냈다.
고구려 건국시조인 주몽의 이야기에서는 어느 한 분야에 달인의 경지 -주몽의 경우는 활쏘기-에 다다르면서, 싸움에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는 모습을 읽어낸다.
백제를 세운 온조에서는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리더십을 발견한다.
복잡한 집안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자신의 주장보다 양보와 인내가 앞서야 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실행해 냈다. 친형을 따라 집을 떠났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관을 세워야 할 때는 그 길을 버리지 않았다. 그때는 친형이라도 따르지 않았다. 인내와 결단을 두루 갖추었다.(163페이지)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의 경우에는 보따리 리더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와 닿지 않는 이름이다. 보따리를 푼다는 의미에 대해서 북한의 속담을 예로 들어 설명을 했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 파고 들지는 않는다.
몇몇 부분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전개도 있었다.
혁거세 이야기하다가 왜 이사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을까?
견훤의 이야기를 하면서 계백은 왜 나오는걸까?
내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 그런건지, 저자의 의도를 올바로 읽지 못한건지 모르겠다.
나는 삼국유사에서 신화 또는 사건들을 읽으면서 그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런 시도가 가능할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단지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지식 습득의 수준에만 멈춰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단순히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았던 주인공들에게는 절실하고 생생한 삶의 순간이었구나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역사를 어떻게 읽고 해석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과거의 일이지만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이들의 삶을 상상해 내며 가슴으로 받아 느끼는 것이 내가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저자의 다른 책]
<목차>
화보
책머리에
프롤로그 우리가 꿈꾸는 기적
제1장 바리데기 리더십 - 웅녀
제2장 삽질 리더십 - 해부루와 금와
제3장 물지게 리더십 - 고주몽
제4장 집토끼 리더십 - 온조
제5장 보따리 리더십 - 박혁거세
제6장 모퉁잇돌 리더십 - 석탈해와 김알지
제7장 눈높이 리더십 - 김수로
제8장 자전거 리더십 - 견훤
제9장 물레방아 리더십 - 왕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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