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을 단순히 문화유산으로써만 감상하고자 한다면 그리 오래 감상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남아 있는 건물의 용도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이런 저런 설명은 몇 번 들으면 이해하지 못 할 것이 없다. 그렇게 몇 번 궁궐을 돌아다니고 나면 더 이상 발걸음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궁궐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그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궁궐에 살았던 사람들의 시각을 가져보는 것이다.
이 책은 건축가가 본 궁궐을 말하고 있다.
건축가는 옛 궁궐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까.
(중략)
또 하나의 시선은 바로 만드는 사람들의 관점이다. 처음에 의도했던 대로 500년 동안 쓰이지는 못했더라도 정전은 정전대로, 침전은 침전대로 본성을 갖고 있으리라는 점이다. 아무렇게 나짓는 건물이라할지라도 이 건물의 쓰임새를 염두에 두기 마련인데, 하물며 궁궐이 아닌가. (16쪽)
저자의 말처럼 500여년의 시간동안 존재했던 조선을 한 시대라는 잣대로 볼 수 없음을 잘 알아야한다. 궁궐을 사용했던 어떤 왕이 어떤 시대적 환경에 처해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궁궐이라는 지역적으로는 좁은 영역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의 긴 흐름을 잘 대입해야 하는 작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조선시대 궁궐의 건설과 훼철 연표를 놓고 보면 조선 전기에는 경복궁/창덕궁/창경궁, 조선 후기에는 창덕궁/창경궁/경희궁 등 각각 궁궐이 3개씩 있었다. 그런데 창덕궁과 창경궁은 '동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하나의 궁궐이었으므로 경국 동시대에 궁궐이 2개씩 존재했던 셈이다. 이를 '양궐체제'로 표현하는 책도 있다.
5대궁이라 부를 만한 상황은 조선 말에 이르러 경복궁이 중건되고 덕수궁이 만들어지면서 가능했는데, 이미 이 시기에 경희궁은 훼철에 가까운 상황이었으므로 5개의 궁궐이 동시에 존재한 시간은 없는 셈이다. 이 표현은 결국 문화재의 관점에서나 가능한 단어이다. (103쪽)
<목차>
책머리에┃궁궐, 소멸된 건축 유형
들어가며┃궁궐 건축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1 궁궐, 그 복잡한 얼개
궁궐 유토피아 : 중국의 궁궐 제도
궁중, 그 특별한 생활 : 의례
조정에 들다 : 조회 의식
왕실의 사람들 : 임금과 왕세자의 공간, 중궁전과 대비전
개인인가, 임금인가 : 왕실의 통과의례
죽은 자를 위한 헌사 : 빈전·혼전·선원전
2 규범과 관습의 타협, 궁궐 건축
조선 궁궐 배치의 특징 : 경복궁·창덕궁
유교적 예치 공간으로 태어나다 : 세종이 꿈꾼 궁궐
궁궐 건축의 유형 : 정전·편전·침전
온돌과 관련된 흥미로운 문제들 : 좌식 공간·굴뚝·병렬식 배치·툇마루
고전적 사고방식에서 실용성의 중시로 : 정침의 변동 양상
진연을 베풀어라 : 마당·보계
위대한 시대, 18세기의 복고 : 영·정조 대의 의례 정비
3 궁궐을 뒤흔든 욕망
궁궐 건축에 드러난 권력자의 욕망 : 연산군·광해군·흥선대원군의 궁궐
왕실 가족의 일상사와 유희 : 창덕궁 후원
은혜와 의리의 충돌 : 효사묘·육상궁·경모궁
궁궐 바깥 세상과의 만남 : 사묘 참배·백성과의 대면
근대로의 전환과 도전 : 서양식 건축·의식의 변화
사라진 궁궐 : 외세의 욕망·궁궐의 훼손
참고문헌
'조선시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2] 조선시대 백성들의 삶 (0) | 2014.07.27 |
---|---|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1] 조선시대 백성들의 삶 (0) | 2014.07.27 |
[궁녀의 하루] 갇혀 있지 않은 궁녀의 삶 (0) | 2014.07.26 |
[왕의 서재] 조선의 왕은 이렇게 공부했다 (0) | 2014.07.26 |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 조선의 세자 (0) | 2014.07.26 |